김서업 대표기자 |
김천김밥축제가 끝났다. 전국에 김천을 알렸다는 점에서는 성과가 있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김밥 없는 김밥축제’라는 비판과 ‘김천=김밥천국’이라는 역발상은 참신했다는 평가가 교차한다. 하지만 김천이 김밥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지역 언론은 축제 성과를 칭찬하지만 10만 명이 몰려 발생한 교통체증과 김밥을 맛보지 못한 관광객들의 불만은 김천의 이미지에 오점을 남겼다. 홍보가 지나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김천의 축제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 포도축제에도 5억 5천만 원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부스 설치와 연예인 초청에 예산을 쏟아 붓는 관행은 나아지지 못했다 주관 단체인 포도회가 6억 원 규모의 축제를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축제의 질적 개선이 요구된다.
김천은 삼한시대 감문국의 역사적 유산을 품은 도시다. 하지만 유일한 감문국 왕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김효왕릉은 제대로 된 안내판조차 없는 초라한 상태이며, 김효왕의 왕비로 전해지는 장부인릉은 포도밭으로 변해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1980년대 모 중학교 교장실과 행정실 사이 복도에 전시됐던 장부인릉 출토 유물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시립박물관과 감문국이야기나라 박물관에 지역 유물은 거의 없고, 김천의 유물은 대구 등지에 흩어져 있다. 김천産 유일한 국보인 갈항사 삼층석탑 대구국립박물관 이전에 대한 공무원들의 초동 대응은 실망스럽다.
김천은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다양한 축제를 열지만, 도시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대표 축제는 없다.
대다수 축제가 공무원 기획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공무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문화·관광 트렌드를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 인력이 상시 투입되는 문화관광재단이 필요한 이유다. 김천문화관광재단 설립은 김충섭 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시에서는 이미 2020년에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으니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김천의 연간 예산은 1조 5천억 원에 달하지만, 제대로 된 미술관 하나 없는 실정이다. 시립미술관은 미술관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열악하고, 인근 성주의 개인 전시관보다 못한 수준이다. 김천의 문화·관광을 이끌 전문 조직이 없다면 예산을 아무리 투입해도 획기적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공무원들은 한 자리에 길어야 2년이다. 그 짧은 시간에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미래를 위한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란 어렵다. 공무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인지 잘 알지 않은가? 이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김천의 문화(예술)·역사·관광을 총괄할 김천문화관광재단을 설립해야 한다. 김천의 하드웨어는 이미 충분하다. 이제는 김천의 위상에 걸 맞는 문화와 예술, 역사 관광 통합 브랜딩을 통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 생활인구 증가, 도시 이미지 제고, 장기적 지역 발전을 위한 김천문화관광재단 설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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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