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간독

기사승인 2024.07.14  16:37:33

공유
default_news_ad2
권선희 시인/황악신문

아버지는 풍배 타고 고기를 잡았다

물칸 넘치게 싣고 돌아오면

튼실한 놈들만 골라 간독에 넣고 소금 후렸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 속에

차곡차곡 쟁여 넣던 물고기들

목숨이니 어디든 붙어 살겠지

저승도 살 곳이라 다들 가는 것이라며

큰 형 잃은 여름, 비린 생에도 간을 쳤다

끓는 속내와 솟구치는 부아를 간독에 채우고

돛을 세워 바람을 타고 별을 읽으며 돌아왔다

눈사람 배를 묶어 더는 나갈 수 없는 겨울

세간 부수는 날에도 차마 아버지, 간독은 건들지 않았다

병에 들자 여러 날 곡기 끓고

다들 돌아오지 않는 걸 보니 아주 좋은 곳인가보다

그곳으로 건너가실 때는 간독만 두고 가셨다

 

혼자 남은 어머니는 간이 잘 밴 아버지를 내다 팔았다

참 깊고 어두운 속내였다

 

*간독: 바닷가 사람들이 물고기를 염장하는 아주 커다란 독

 

권선희 시인

1865년 강원 춘천 출생

1998년 포항 문학으로 작품 활동

저서 : 구룡포로 간다, 꽃마차는 울며 간다.

한국작가회 경북지회 사무국장

#황악신문 #시가 있는 뜨락

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

<저작권자 © 황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