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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4.09.11  14: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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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하

잘 지내다 갑니다

삐걱이는 낡은 침대는 은밀하지 못해도

숱한 기척들을 품기에는 괜찮았습니다

뒤척이는 몸을 받아 주는 소리

낡은 냄새들 속에서 밤은 모빌처럼

흔들리다 가라앉았습니다

 

우리의 죄는 어쩌다 진홍색이 되었습니까

붉은 석양은 누구의 죄로 물들었습니까

저무는 것이 죄입니까

나는 나에게로 던져져

심연 속에서 간절하게 늙어 갑니다

어둠에 끼인 채 흘러갑니다

아무도 꺼내 주지 않습니다

모두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분리되지 않던 슬픔은

날카로운 이빨을 박고서 함께 부서졌습니다

다 타 버린 붉은빛은 누구의 죄였습니까

 

다녀간 흔적을 깨끗하게 지우면

몇 번의 생이 훌쩍훌쩍 지나갑니다

여기 문은 열어 두고 가겠습니다

-시집 <내가 버린 애인은 울고 있을까>중에서, 걷는사람, 2024.

 

박인하

광주에서 태어나 2018년 ≪서정시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 시작

#황악신문 #詩가 있는 뜨락

강미숙 기자 apata77@hanmail.net

<저작권자 © 황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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