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인 강연호 |
그리움도 버릇이다 치통처럼 깨어나는 밤
욱신거리는 한밤중에 너에게 쓰는 편지는 필경 지친다
더 이상 감추어 둔 패가 없어
자리 털고 일어선 노름꾼처럼
막막히 오줌을 누면 내 삶도 이렇게 방뇨 되어
어디론가 흘러갈 만큼만 흐를 것이다
흐르다 말라붙을 것이다
덕지덕지 얼룩진 세월이라기에
옷섶 채 여미기도 전에
너에게 쓰는 편지는 필경 구겨버릴 테지만
지금은 삼류 주간지에서도 쓰지 않는 말
넘지 못할 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너에게 가고 싶다
빨래집게로 꼭꼭 눌러놓은
어둠의 둘레 어디쯤 너는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마음은 늘 송사리떼처럼 몰려다니다가
문득 일행을 놓치고 하염없이 두리번거리는 것
저 별빛 새벽까지 욱신거릴 것이다
강연호(姜鍊鎬, 1962~)
대전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현재 원광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학과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1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세한도(歲寒圖)〉 외 9편이 당선되며 등단했으며, 1995년 현대시 동인상을 수상했다. 언어의 결을 섬세하게 다루는 시 세계로 주목받아왔다.
대표 시집으로 《비단길》(1994),《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1995),《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2001).《기억의 못갖춘마디》(2012)가 있다.
주요 작품 발표지로는 동아일보 〈비단길 2〉,경상일보 〈물고기 발자국〉,대구일보 〈빈들〉
대전일보 〈신발의 꿈〉,동아일보 〈9월도 저녁이면〉등이 있다.
그의 시는 자연과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 일상에 깃든 철학적 감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