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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문국의 마지막 왕...금효왕릉(金孝王陵)을 찾아서

기사승인 2021.03.30  15: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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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첫 번째 여행 ” [감문국 이야기4]

감문국 마지막 왕의 무덤이라 전해오는  금효왕릉

 <在縣北二十里有大塚俗傳甘文金孝王陵> “현의 북쪽 20리에 큰 무덤이 있는데 전하기를 감문국 금효왕릉이라 한다”-동국여지승람, 교남지

 <在谷松面三盛洞有大塚俗傳甘文國金孝王陵> “곡송면 삼성동에 큰 무덤이 있는데 세상에 전하기를 감문국 金孝王陵이라 한다”-조선환여승람

 <이 陵은 甘文國금효왕릉이니 現 甘文面 三盛洞(舊 午盛洞下)에 있으니 只今(지금)은 雜草松木(잡초송목)이 奔生(분생)하야 보는 사람의 안타가운 가삼을 鎭定(진정)할 수 없을만치 거치러웠도다>-감문국개령지

아포 신촌리의 도로변에 흐르러진 자두꽃

온통 꽃밭이다.

백성과 나라를 잃고 1800여년의 기나긴 세월동안 편히 잠들지 못했을  비극적인 한 사내의 무덤을 찾아가는 길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하다.

감문국 마지막 왕이라고 전해지는 금효왕의 무덤을  찾는 길은 여러갈래다. 김천시내에서 감문면사무소를 지나가는 길, 배시내에서 감문농협을 통과하는 길과 선산의 무을 방면에서 넘어오는 길이다.

이번에는 아포에서 배시내를 통과해 감문농협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아포 신촌에 들어서면 온통 길 옆이 각양각색의 꽃들이다. 하얀 자두꽃과 배꽃,분홍색의 복숭아 꽃 , 만개한 벚꽃이  눈처럼 바람에 날려  말그대로 천상으로 가는 길인 듯하다.

꽃길이 끝날 무렵 甘泉을 만난다. 갈수기라 물이 많지는 않지만 감문국의 탄생과 멸망을 말없이 지켜봐 온 역사의 증인이다. 감문국은 감내(甘川)의 나라이니 감문과 감천은 영원한 한몸이다.

70~80년 전만 해도 돛단배가 드나들던 감천의 푸른 물은 모래톱을 드러내고 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낙동강과 만난다.

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물건을 가득 실은 배와 우렁찬 상인들의 노랫소리를 다시 들을 수는 없겠지만, 강에는 흥겨움과 고단한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있다.  

연탄석쇠 불고기로 유명한 배시내를 끼고 좌측으로 돌아 감문으로 가는 길에 까마귀떼를 만났다. 하늘의 음성을 전하는 성스러운 三足烏(삼족오)의 후손이다.

참으로 신기하다.

감문국의 흔적을 찾노라면 항상 이름모를 새들을 만났다. 감문국 백성들의 원한이 구름이 된 백운산의 속문산성을 올라갈 때도, 문무리의 고인돌을 찾아갔을 때도 처음보는 새들이 날아와 머리를 한바퀴 돌고 사라지곤 했다.

감문의 영혼들이 주는 메시지(message)가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忘却(망각)의 江속에 수장됐던  2000년의 역사와 김천의 뿌리인 자신들을 기억해 주는 이에 대한 조그만 환영의 표시라고  받아들였다.

감문의 땅에서 배고프면 찾는 식당이 하나 있다. 한 번 주인이 바뀌어 대구에서 온 부부가 운영하는 중국집인데 맛이 아주 좋다.

  주로 짬뽕을 먹는데 재료를 아끼지 않아 푸짐하다. 통통하고 싱싱한 오징어가 혀를 감싼다. 친절하기까지 하다.감문국의 흔적을  찾을 때마다 한그릇 먹고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국집에서 나와 삼성리 가는 길로 5분정도 차를 몰면 깊 옆에 초라한 안내판 하나가 보인다. 일국의 왕이라는 칭호에 걸맞지 않은 조그마한 표지판이다.

차를 가지고 갈 생각은 말아야 한다. 잘못하면 못나올수 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도보로 농로를 따라 100m정도 올라가면 봉분이 보인다.

지금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잡초가 가득했다. 이 무덤이 바로 감문국 왕의 무덤이라고 전해지는 금효왕릉(金孝王陵)이다.

금효왕릉은 궁궐지인 개령면 동부리에서  감문산을 넘어 북쪽으로 8km떨어진 현재의 감문면 삼성리(오성마을) 930번지 밭 가운데 봉분높이 6m, 지름15m 크기다. 현재  김천에 남아있는 최대의 고분이다.

이 무덤은 감문국 시조왕의 무덤이라는 설과 김천의 다른 이름인 금릉(金陵)이 이 무덤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설과 마지막 왕이라는 설이 있다. 역사적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주민들에겐  특별한 의미없이 말무덤으로 불리어왔는데 여기서 “말” 은 곧 “크다”는 의미를 가진 접두사로  말무덤은 큰무덤 즉 수장(首將)의 무덤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여름 금효왕릉의 모습

 능이 정비되기 전 모습을 보면 옛 詩가 하나도 틀림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옛 무덤 거치러지고

거치러진 풀이 요란하니

아마도

금효왕 넋이

편치 않은가 하노라"

학계 일부에서는  군왕의 무덤치고는 규모가 너무 작고  우리나라 무덤양식의 변천사를 볼 때 봉분을 높게 조성하는 방식이 기원후 5세기 이후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금효왕릉의 조성시기를 감문국 멸망후로 보기도 한다.

금효왕릉의 규모는 현재보다 큰 것으로 추정되지만  오랜세월 경작지의 잠식으로 인해 규모가 축소되었고 일제시대에 수 차례 도굴되어 부장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2020년 가을 금효왕릉

김천시는 지난 2017년 5월31일부터 2018년 12월 24일까지 (재)한국문화재연구원의 주도로 금효왕릉에 대해 시굴 및 발굴조사를 실시했으나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유구나 유물의 존재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유물은 비록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천의 뿌리인 감문국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은 아니다. 김천인의 가슴속에는 고대 삼한의 맹주 甘川의 나라 甘文國의  후예라는 자부심은 영원할 것이기에...

금효왕릉에서 바라본 백운산

왕릉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저 멀리 백운산이 보인다. 역사적 기록은 남아있지 않고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이 무덤의 주인인 금효왕은 감문국의 마지막 왕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후일 기록이 발견되면 진실을 알 수 있겠지만, 저 멀리 보이는 백운산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이 능의 주인은 아마도 감문국의 마지막 왕이었을 것이다.

감문국이 서기 231년 사로(후일 신라)에 의해 멸망했고, 사로국 석우로의 침략에 맞서  감문의 백성들은 끝까지 저항하다 저 멀리 보이는 속문산(후일 백운산)의 산성에서 모두 장렬히 전사해 그 원한이 구름이 되었다. 그래서 산의 이름이 백운산으로 바뀌었다.

몇 번을 찾아간 백운산은 지금도 여전히 구름이 감싸고 있다.

나라와 백성을 지키지 못한 悔恨(회한)을 가슴에 품고 모진 목숨을 이어갔을 금효왕은 궁궐지인 개령 동부리에서 멀리 떨어진 삼성리에 묻혀 백운산에 떠돌고 있는 백성들의 恨을 보듬어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나라잃은 설움은 너무나 가슴 에이는 아픔이었을터이다.

汚辱(오욕)의 세월을 가슴치며 눈물로 살았을 슬픈 사내의 무덤에 가져간 막걸리 한 잔을 부어 그 영혼을 위로했다.

막걸리 香이 사라지는 동안 노래 한 곡을 틀었다.

"인생이란 아득한 길 눈물이 나도 후회는 하지 않아요"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내 갈길을 막아서 운명이란 이름앞에 흔들릴때 마다

...이대로 떠나리라.인생이란 꿈이라오"

"인생이란 꿈이라오!"

2000여년 전 삼한의 나라들이 명멸하는 과정에서 甘文이라는 小國의 운명은 바람앞의 등불이었고

弱肉强食의 현실 앞에 패망은 어찌할 수 없는 宿命(숙명)이었다.
 

"王이시여~"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영원한 안식(安息)에 드셔도 좋을 시간이라고..."

"계절이 바뀌는 바람이 불면 막걸리 한 잔 들고 다시 오리라" 약속했다.

글.사진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ksu3827@naver.com

<자문 >

문재원 (향토사학자,前국사편찬위원회 김천사료조사위원) , 송기동 김천문화원 사무국장

이갑희(경북 향토사연구회 회장역임,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국학진흥원자문위원)

<참고문헌>

김천시사(김천시)

김천의 발굴유적(김천문화원)

조상의 얼찾아(문재원)

금릉빗내농악 (민속원)

대구.경북 청동기시대 문화(삼한문화재연구원)

김천의 마을과 전설(김천문화원)

디지털김천문화대전  

옛 상주를 담다(상주박물관) 

김천의 발굴유적(김천문화원) 

감문국개령지(우준식) 

경상북도 문화재지표조사보고서 등

#황악신문 #금효왕릉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ksu3827@naver.com

<저작권자 © 황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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