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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등본

기사승인 2025.04.22  08: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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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용목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설산(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

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

 

휘어진 몸에다 화살을 걸고 싶은 날은 갔다 모든

모의(謀議)가 한 잎 석양빛을 거느렸으니

 

바람에도 지층이 있다면 그들의 화석에는 저녁만이

남을 것이다

 

내 각오는 세월의 추를 끄는 흔들림이 아니었다

초승의 낮 달이 그리는 흉터처럼

바람의 목청으로 울다 허리 꺾인 가장(家長)

 

아버지의 뼈 속에는 바람이 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신용목 詩人

1974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신용목 시인은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성내동 옷수선집 유리문 안쪽」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일상 속 깊은 슬픔과 존재의 진실을 시로 직조해내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그의 문학 세계는 꾸준한 작품 활동과 함께 주요 문학상 수상으로 주목받았다. 백석문학상(2017), 현대시작품상(2017), 노작문학상(2015), 시작문학상(2008),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현대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황악신문 #시가 있는 뜨락#신용목

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

<저작권자 © 황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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