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신휘/황악신문 |
어머니는 오래 골다공증을 앓으셨다
나이가 들면서,
겨울무처럼 몸에 숭숭 구멍이 뚫렸다
그런 내게도 바람이 들기 시작한 건지
조금만 날이 추워도 국물을 찾게 된다
에둘러 옷깃 여미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전에 없던 웃풍을
내 안에 하나둘 들여놓는 일 같다
바람이 오는 통로를 향해 입김을 후후 부는 일 같다
이미 난 구멍을 막으려고
쪼글해진 그녀의 메마른 살가죽을 만지자
전에 없던 구들 하나가,
내 안에 하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낡은 고래처럼 풀썩 주저앉는다
계간 '시로여는세상' 2019년 가을호
시인 신휘
1971년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14년 시집 『운주사에 가고 싶다』,2019년 두 번째 시집『꽃이라는 말이 있다』를 펴냈다. 신문기자 생활을 거쳐 현재 고향인 김천시 아포에서 포도농사를 지으며,커피숍 ‘씨앗’주인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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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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