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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300 법칙의 역설

기사승인 2024.12.15  12: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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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향숙(대학교수)

1920년대 미국의 한 보험회사 관리감독관이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수많은 사고 사례를 분석한 끝에 독특한 패턴을 발견했다. 심각한 재해가 한 번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1:29:300의 법칙’ 또는 ‘하인리히 법칙’이라 부른다. 이 법칙은 산업재해 예방의 핵심 이론으로 자리 잡았으며, 중대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소한 징후를 간과하지 않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필자는 간호관리학과 지역사회간호학을 전공한 후 대학 간호학과에서 20여 년간 ‘지역사회간호학’을 강의해왔다. 많은 학교들이 4학년 과정에서 ‘재난간호’를 다루는데, 이 과정을 마무리할 즈음이면 늘 학생들에게 ‘하인리히 법칙’을 소개하며 사소한 징후를 무시하지 말라는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다. 이 법칙이 주는 메시지는 비단 의료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사회, 일터,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강력한 교훈이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이타닉호 침몰사고, 엔론 사태로 촉발된 기업 파산, 우리나라의 삼풍백화점 붕괴, 화재사고, 다리 붕괴, 항공기 추락 등 수많은 참사들에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작은 결함과 사소한 부주의가 결국 대형 재난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큰 실패는 결코 하루아침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운다.

필자가 이 법칙을 처음 접한 것은 2013년이었다. 그해 이후 하인리히의 책은 필자의 인생 교과서처럼 책장 한가운데에 자리 잡았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배움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게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법칙은 단순히 부정적인 사고나 실패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흔히들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300번의 작은 행운과 노력, 29번의 선행’이 쌓여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로 단 한 번의 큰 성과가 빛을 발하는 것이다.

겨울이 깊어가는 요즈음, 쌀쌀한 계절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또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늘 새해 인사로 주고받는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 대신, 이제는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덕담을 건네는 건 어떨까. 하인리히 법칙이 던지는 과학적 메시지를 새겨보며 말이다. 복도, 행운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얼마 전 구입한 책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필자의 서재에 나란히 꽂힌 것도 어쩌면 필연이 아닐까. 한 번의 행운, 한 번의 성공은 수백 번의 작은 노력과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진리. 하인리히 법칙은 우리에게 그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진실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강향숙 (교수.간호학 박사)

#황악신문 #강향숙 #교수칼럼

강미숙 기자 apata77@hanmail.net

<저작권자 © 황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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