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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 황정리 550살 당산 느티나무 ...“ 할매들이 대대로 쉬어온 넓은 품”

기사승인 2022.04.24  17: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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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두 번째 여행 [김천의 나무를 찾아서 5]

봄을 맞아 파랗게 잎새가 나고 있는 황정리 550살 당산 느티나무

드디어 봄이 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봄이 오는 듯 하더니 바로 여름으로 직진하고 있다.

노거수에 싹이 트기를 기다린지 수 개월 조금씩 솟아나는 잎새의 크기가 궁금한 봄날 김천에서 가장 굵은 나무인 황정리의 느티나무를 찾아 떠났다.

증산면 소재지에서 지례로 넘어가는 가목재 방향으로 10여분쯤 달리면 우측에 소나무 숲이 나온다. 바로 황정리다.

황정리는 동쪽으로 성주군 금수면, 서쪽으로 동안리, 남쪽으로 유성리, 북쪽으로 황항리에 접해 있다. 황정리는 황정,봉산,새뜸,바람재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황정마을은 조선중엽 성산이씨 이형진(李亨進)이 동네를 이루어 살았다. 그는 마을 앞 소나무 숲에 정자를 지었는데 노란 꾀꼬리가 나무에 앉아 노래를 불러 黃(누를 황) 亭(정자 정)이라 이름했다고 한다.

증산 황정리 입구 마을 숲의 소나무 군락

전설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듯 마을 입구에는 수 백년 된 소나무들이 여전히 싱싱하다. 수 십여 그루의 소나무들과 느티나무, 전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마을 숲이 잘 보존된 동네다.

지난 겨울의 황정리 느티나무

마을숲에서 약 50미터 위로 올라가면 500살이 넘은 거대한 느티나무가 있다. 수령은 약 550년으로 높이 17m, 가슴높이 둘레 9.46m이다. 김천의 노거수들 중에 단연 압도적인 모습이다.

이 동네는 장씨 집성촌으로 마을 어귀에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느티나무에 큰 새가 자주 날아왔다 하여 봉황새 봉(鳳)자를 써서 봉산(鳳山)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느티나무 밑에서 마을 할매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봄에 다시 찾은 나무밑에는 할매들이 쉬고 있었다.

겨울에는 볼수 없었던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이다. 옹기종기 모여 즐거워 보였다. 한때는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나무를 연구하는 사람이 1000년이 넘은 나무라고 했다며 나무에 대한 애정과 자랑에 신이 났다.

불편한 점은 낙엽이 떨어지면 청소가 힘들다며 사진을 찍는데 돈을 많이 내야 한다고 농담을  했다. 나무구경을 하고 나오면서 할매들에게 나무에 막걸리 한 병 부어 달라며 만 원짜리 두장을 드리니 안받겠다고 해서 억지로 손에 쥐어주고 나왔다. 유쾌한 동네였다.

황정리에서는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동제를 모셔왔다.

동제는 음력 1월 1일과 7월 1일에 봉산마을에서 마을을 지켜 주는 동신(洞神)에게 무병과 풍년을 빌며 공동으로 지냈던 제사다. 이를 ‘웃뜸 동제’라고 한다.

황정마을 입구에 서 있는 두 그루의 전나무,주민들은 제를 지내며 女神으로 모셔왔다.

봉산 주민들은 느티나무를 남신(男神)으로, 황정 마을 입구 조산 옆에 선 두 그루의 전나무를 여신(女神)으로 불러왔다.

황정마을 입구에 있는 전나무는 눈으로 보기에 20미터 이상으로 보이는 우람한 모습이다. 200년 이상은 되어 보인다. 김천에서 가장 큰 나무였다가 고사한 부항면 대야리 전나무의 높이 50m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흉고와 높이는 현존하는 김천의 전나무중에서 가장 크고 굵어 보인다.

대야리 전나무의 후계목으로도 손색이 없다,

동네 사람들은 제삿날이 다가오면 동회를 열어 이틀 전까지 제관 1인과 유사 2인을 선정한다. 가정을 이룬 성인 남자이면서 부정타지 않은 정결한 사람으로 선택해 주민들의 찬성을 얻어야 했다.

제주로 선정된 제관은 여러 가지 여러 금기를 1년 동안 지키며, 유사는 제관을 위해 모든 일에 협조를 하고 제례의 모든 준비를 맡아서 처리하게 된다. 주민들도 제단 주위를 공동으로 청소하고 금줄을 쳐서 부정한 사람과 외지인의 접근을 막는다.

제주와 유사는 제사일 3일 전부터 목욕하고 근신해야 하며, 1년 동안 문상과 문병을 금하고 매운 양념을 먹지 아니하고 부정한 행동을 삼가야 한다. 선출된 제주는 제사일 23일 전부터 몸을 깨끗하게 하고 근신을 하는데 동제사를 모시는 날에는 주민들도 모두 목욕을 한다.

제주와 유사는 뒷산 아래에 위치한 당우물에서 하루에 2번씩 목욕을 하고 황토를 일정한 간격으로 놓고 금줄을 치고 타인의 출입을 금하는데, 이때 제단이나 우물 주위에 침을 뱉을 수 없고 담배도 피울 수 없다.

봉산마을에서는 동제 날을 “큰 정신 드리는 날”이라고 부르며 제물을 장만할 때 온 동네 사람들이 음복할 수 있을 만큼의 양으로 장만하고 제례복은 흰색 한복으로 관대를 착용해야 한다.

제례일 자정에 제상을 차리고 분향, 재배, 헌작 3회, 독축, 소지, 헌작, 재배한 후 파제하는데 소지 올리는 순서는 당신, 제주, 각 성씨별로 올리고 그 외 동네 안녕과 평안을 위해 올리는데 신당에는 제주와 유사 이외에는 일반인의 참관을 허락하지 않는다.

웃뜸(봉산)의 제삿날(1월 1일과 7월 1일)은 마을 입구 상당산님(느티나무)께 제사상을 차려서 드리고는 그 제상을 아래뜸의 조산이 있는 하당산님 제단에 옮기지 않고 남쪽(하당)으로 상을 약간 돌려놓고 그대로 제사를 지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아래뜸 제삿날(12월 31일과 7월 2일)에는 제주가 웃뜸의 상당산님을 모시는 제단에 가서 진설하여 먼저 지내고 다시 별도 준비한 제물로 자기 마을에 있는 하당산인 조산이 있는 제단에 와서 진설하여 제사를 정식으로 두 번 지낸다.

황정리의 당산제는 윗뜸 봉산리의 느티나무를 男神 아랫뜸 황정의 전나무를 女神으로 나눠 신격을 부여한 것이 상당히 이채롭다.

다른 지역의 당산목,당산제와 다른 김천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 년에 두 번의 동제를 드림에 따라 마을에 일어날 수 있는 유행병, 홍수, 가뭄, 천재지변 등의 변고가 이 마을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민들은 믿고 있다.

예전에는 농악을 울리며 서로 어우러져 즐기고 정월 제사 때는 별신굿도 했지만 1980년을 끝으로 더 이상 동제는 지내지 않는다.

황정리 전나무 옆 조산(서낭당)
황정리 전나무 옆 조산(서낭당)

전나무 옆에는 돌로 쌓은 서낭당(조산)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정성이 예전같지 않아서인지 허물어져 돌무덤처럼 보인다. 두 개가 있다. 하지만 황정리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전나무에 神格을 보여해 왔는지를 보여주기엔 부족하지 않다.

김천의 신목을 섬기는 당산제에 관해서 황정리의 기록만큼 잘 정리된 내용을 아직 보지 못했다. 김천의 전통문화유산으로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전북 고창에는 고창군수가 정월대보름에 당산제에 초헌관으로 참석해 군민들의 평안과 안녕을 비는 문화행사로 진행된다. 경남 합천군은 매년 정월 보름 문화재청과 합천군이 후원하는 화양리 소나무 당산제를 지낸다.대구 달성군 옥포읍 반송리 주민과 김천과 가까운 성주 가천 창천마을에도 700살 회화나무에 면장이 참석하는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황정리 봉산마을 남신으로 추앙받는 550살 당산 느티나무

사라져가는 전통민속행사의 발굴과 주민의 화합의 장으로 손색이 없다. 김천의 부항면,대덕면,증산면에는 당산목과 조산의 흔적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농소면 노곡리와 구성면 자두마을에도 완벽한 당산(조산)의 모습이 남아있다.

외지로 떠난 출향인들에게도 어릴때부터 신앙의 대상과 추억으로 기억된 당산제는 애향심과 추억을 떠올리는데 더할 나위 없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 겨울 황정리 ;느티나무의 모습

황정리의 느티나무 잎은 마치 갓 태어난 병아리처럼 싱그럽고, 거미줄처럼 바람에 하늘거렸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녹음이 짙어지고 이제 나무의 몸체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깊은 푸름이 휘감은 여름날 다시 막걸리 한 병을 들고 찾아뵐 것이다.

저무는 석양에 쫒기면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10번의 할아버지 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님들을 만나 기운을 나누는 그 기쁨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그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다면 모니터에 희미해지는 눈과 손가락의 작은 수고가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천시사(김천시)

김천의 마을과 전설

한국의 아름다운 노거수

카메라와 함께한 나무산책

경북의 노거수

노거수와 마을숲

노거수 생태와 문화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ksu38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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