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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 장전리 느티나무 ....천주교 병인박해부터 증산-가천터널 관통까지 함께 한 삶[14]

기사승인 2023.11.08  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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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리 느티나무

# 500살 느티나무

김천의 남쪽 끝에 증산면이 있다. 예전 별고을(성주)에 속했던 지역이다. 내증산면과 외증산면이 1906년과 1914년에 지례군에 병합되고 후에 내증산면이 김천군으로 이관되고 증산면이 되었다. 수도산에서 시작한 대가천은 수도계곡을 거쳐 무흘구곡을 만들며 성주로 흘러든다.

빼어난 자연을 자랑하는 증산은 천년고찰인 청암사와 수도암을 품고 있다. 최근에는 인현왕후길, 국립치유의 숲에 조성된 자작나무 군락을 보러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장전리 느티나무

증산면 소재지에서 6㎞ 가량 떨어진 가장 동쪽에 장전리가 있다. 장전리는 크고 긴 밭이 펼쳐져 있어 길長에 밭田을 써서 지어진 이름이다. 장전리에는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심부가 썩어 치료를 받긴 했지만 살아가는 데는 큰 문제는 없다. 언덕에 심겨져 배수도 잘되고 양지바르다. 주위에는 돌을 비롯한 경관도 깔끔하다. 큰 가지 3~4개가 부러지고 없지만 수형도 봐줄만 하다. 둘레가 6.6m,높이가 15m에 이른다. 지방도 903호선과 장전3길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장전리 느티나무

마을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나무 아래서 동제를 지내고 마을 주요 현안을 의논했다.

서무터 공소 전경

#서무터

장전리는 옛날에 거창군과 성주군으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였다. 장전·청천·송계·마구실·서무터·봉답(奉畓)이라는 자연 부락이 있다. 

청천은 장전리에서 가장 큰 마을로 마을 앞 목통천이 예부터 맑고 깨끗해 붙인 이름이다. 마구실은 성주군으로 연결되는 길목에 해당되어 말을 키우던 마구간이 있어서 생긴 지명이다.

서무터 공소의 성모 마리아상

장전리 느티나무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오면 산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 있다. 서무터 가는 길이다. 서무터 마을은 초보자가 찾아가기 쉽지 않은 길이다. 좁은 오르막 길을 굽이굽이 돌아 언덕진 이곳에 동네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서무터는 성주군 가천면 신계리와 이웃한 마을인데 과거에는 왜관, 대구로 가는 길목이이기도 했다. 지금도 접근하기 어려운데 첩첩산중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앙드레 부통 신부가 그린 한복입은 아기예수 성화

1869년 병인박해 때 광주 안씨(廣州安氏)인 안주원 가족이 충남 금산에서 부인과 자녀 5명을 들어와 정착했다. 후손들이 살고 있는데 모든 주민이 천주교 신자다,

‘선한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의미의 선무터(善務基)에서 유래했다.

봉답 마을 입구에서 좌측으로 1.3km 정도 떨어져 있다. 동네 입구에는 성모상이 반겨주는 아담한 건물이 있다. 바로 천주교 지례성당 서무터 공소다.

앙드레 부통 신부가 그린 예수의 열두제자

서무터 공소에는 미술 선교로 유명한 앙드레 부통 (Andre Bouton OSB,1914-1980) 신부가 그린 성화가 있다. 

그의 한국 이름은 부보경인데 싸인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부 FRAB 20.8.71"

1971년 8월20일 그렸다는 의미다,

한복을 입은 아기예수와 토속적 외모의 예수와 제자들이 모습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붓으로 선교를 펼친 앙드레 (Andre Bouton, 1914~1980)신부

#앙드레 부통

서무터 공소에 벽화를 그린 앙드레 부통(Andre Bouton, 1914~1980)신부는 프랑스 지앙(Gien)에서 출생했다. 1940년에 사제서품을 받았다.

1949년 모르코 탄광마을인 부타졸타의 바바라 성당과 마라케시 순교자 성탕의 벽화를 그린다.

1951년부터 1956년까지 알제리 툴렘센 수도원에 머물기도 했다.

1966년 왜관 수도원의 올라프 그라프(Olaf Grap)신부의 초청으로 한국에 오게 된다.

입국 후 10여년 동안 경북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곳곳에 성화를 그렸다. 전국 20여곳에 그가 그린 성화의 흔적이 남아있다. 성당,공소,병원 등 100여곳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철거,신축,보수 공사등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가장 유명한 성화는 대전 주교좌 대흥동 성당의 벽화다.

하지만 다소 파격적인 벽화의 스타일과 화풍으로 논란이 계속되자 일본으로 떠났다. 부통신부는 1977년 9월 25일 위스크 수도원으로 돌아간 후 1980년 3월12일 프랑스 북부 릴(Lille)에서 선종한다.

서무터 공소에 성화에 있는 앙드레 부통 신부의 싸인

# 증산-가천 터널

지난 2021년 12월22일 김천시 증산면 장전리와 성주 가천면 신계리를 잇는 지방도 903호선 증산가천터널(가칭)이 착공한 지 3년 만에 관통됐다. 장전리 느티나무와 가깝다. 터널개통으로 5km 35km에서 5km로 거리가 단축되고 운행시간이 6분으로 가까워지게 됐다.

개통 터널은 2차로 길이 1175m로 착공한 지 3년만에 개통됐다.

터널은 전기, 소방, 통신, 방재시설, 도로안전시설 설치 후 오는 2025년 11월 완공될 예정이다.

터널이 완공되면 포천계곡, 수도계곡, 가야산 등 관광명소와 증산의 수도암,청암사,자작나무 숲,무흘구곡이 바로 연결된다.

장전리 느티나무는 종교박해를 피해 온 신도들의 고난을 다 보았을 것이다. 목통령을 넘어 성주와 가야산으로 왕래하던 선조들의 지난한 삶도 목도했음이 틀림없다.

서무터 마을 사람들이 성주로 왕래하던 길이 있는 산

세상이 변해 나무 앞으로 터널로 가는 연기를 뿜는 우마차의 행렬을 바라볼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아직 500년은 더 살면서 인간들의 삶과 변화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1000년을 거뜬한 나무의 삶에 비해 우리 인간의 삶은 얼마나 짧고 보잘 것 없는 것인가?

 

#황악신문 #장전리 느티나무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ksu3827@naver.com

<저작권자 © 황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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