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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휘
운주사에 가고 싶다
가서,
그 부처 옆에 나란히 눕고 싶다
그렇게 누워 하늘 오래 쳐다보다
그 분 코고는 소리 들리면
곧 흔들어 깨워
부처님, 오늘은 하늘빛이 참 곱습니다.
말도 걸어보고
그래도 영 심심하면
대체 언제 일어나실려구 그러세요
어리광도 부리면서
무심한 바람에
눈코입 다 닳아 없어지고 싶다
운주사에 가고 싶다
가서,
그 부처 함께 쓸쓸히 늙어 가고 싶다.
- 시집 〈운주사에 가고 싶다〉 오늘의문학사 (2014)
1970년 김천生/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95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에 『연어』등 5편 당선
제 10회 ‘동대문학상’ 수상
고향에서 포도농사를 지으며, 커피숍“씨앗”을 운영중이다.
신휘라는 필명의 시인이 세상에 탄생하기 훨씬 전 전남 화순 운주사에 함께 갔었다. 千佛千塔은 보고 싶은데 왕복 6시간은 혼자 가기엔 너무 먼 거리였다.
거대한 臥佛이 일어서는 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전설의 부처님을 뵙고 명상을 좀 하려니 성질 급한 시인은 빨리 가자며 졸랐다.
다시 몇 년이 흘러 그는 첫 시집 『운주사에 가고 싶다』를 출판하고, 연달아 시집을 내며 이름을 얻었다. 만약 그 때 조금만 더 와불과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면 내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바빠진 詩人은 경상도에서 전남 화순까지 긴 시간을 같이 갈 여유가 없다. 겨울이라 추웠는데 이제 시간을 좀 당겨 晩秋에 홀로 운주사에 가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다.
그때 無名의 시인은 臥佛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그리 서둘러 가자고 했던 것일까?
김서업 황악신문 대표기자
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