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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김석인 |
-김석인
청송 주왕산자락 산 1번지 양지마을
그 마을 이장님 댁 늙수그레한 사과나무
식구들 다 먹여 살리고, 자식 공부 다 시킨
요즈음 이장님 부부 속이 말이 아닐 거야
대학 졸업한 두 아들 취준생이 되었다지
하나는 신림동에서 또 하나는 노량진에서
과수원 나무들도 주인 닮아 가는 걸까
주먹보다 큰 열매 주렁주렁 달았지만
씨방만 에둘러 놓고 속은 온통 멍투성이
속 모르는 사람들 그 집 앞에 줄을 선다
한 입만 베물어도 온몸에 도는 단맛
쓰리다, 쓰리다 못해 굳은살이 박인 것을
보름만 있으면 한가위다. 한가위 무렵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발갛게 익어가는 사과를 만나게 된다. 그 탐스런 빛과 향기는 장마와 폭우를 견뎌낸 훈장이다.
사과는 기후가 맞아야 재배할 수 있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야 맛과 향이 좋은 사과를 수확할 수 있다.
흔히들 맛좋은 사과를 꿀 사과라고 한다. 그런 사과를 쪼개보면 꿀이 박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당도가 골고루 퍼지지 못한 이상 현상이라고 하지만, 씨방의 씨를 보호하기 위한 사과의 배려가 아닐까,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종족 보존을 위해 죽음을 불사한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곳곳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신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을에.
#황악신문 #김석인
강미숙 기자 apata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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