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 용호리 노거수 느티님/황악신문 |
[김천=황악신문] 김천에 살아도 김천을 잘 모른다. 인간은 항상 토끼처럼 다니는 大路를 반복적으로 다닌다.
수 십년을 같은 길을 다녀도 그 길 옆 혹은 그 한켠 뒤에 어떤 동네와 어떤 나무, 어떤 이야기와 전설이 숨쉬고 잠들어 있는지 평생을 모르고 살다 갈 수도 있다.
구성 용호리 노거수 느티님/황악신문 |
김천의 용호리가 바로 그런 곳이다.
김천에 동학의 聖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동학을 연 이는 수운 최제우지만 동학을 세운 이는 해월 최시형이다. 해월을 빼놓고 동학이라는 말을 꺼낼 수 없는 이유다.
그는 수운이 참수당한 후 35년의 긴 세월동안 도망 다니면서 동학을 재건한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최보따리다. 어릴때의 이름은 최경상이다. 고아로 자라 남의 집 머슴과 심부름꾼으로 전전하다 수운을 만나 도통을 이어받았다.
해월은 1888년 3월 손병희의 누이동생을 세 번째 부인으로 맞았고, 많은여성 교도들이 몰려들자, 1890년 11월 금릉군 구성면 용호동(지금 김천시)에 있는 교도 김창준의 집에서 1달여 머물면서 강론을 하고 내칙(內則)과 내수도문(內修道文)을 지어 돌렸다. 여성의 수도 방법과 지켜야 할 생활 태도를 제시한 것이다.
해월은 1개월 정도 복호동 김창준의 집에 머물면서 경전을 집필했지만 지금은 다 사라지고 동학의 교당은 낡아서 사람이 쓸 수 없을 정도다.
구성 용호리의 동학 기념비/황악신문 |
# 동학 내수도문 반포기념비 위의 250살 느티님
구성면 용호리 입구에는 1990년 대한천도교여성회가 내수도문 반포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비석이 있다.
구성 용호리 노거수 느티님/황악신문 |
그 비석 위 언덕에 250살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해월이 복호리에서 한 모든 일들을 보아온 나무님이다.
엄청난 동학의 신도들과 교당이 세워지고 번창하고 소멸해가는 과정을 지켜보신 거다.
구성 용호리 노거수 느티님/황악신문 |
지금은 한적한 마을에 동학의 교도들 대신 태양광으로 시끄럽다.
다시 또 새로운 역사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복호동 마을 안 느티님/황악신문 |
#동네 끝 언덕의 느티님
복호리 동네 안쪽 개울가 옆 언덕에 수백년이 된 느티나무 한그루가 또 있다.
해가 지는 저녁쯤 바라본 느티님은 피곤한 듯 몸을 반쯤 뉘인 듯 했다.
복호동 노거수 느티님/황악신문 |
동네 입구의 느티님도 이 동네의 역사를 보셨지만,동네 안 높은 언덕의 느티님은 더 세밀히
수 많은 세월과 동학의 역사를 생생히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구성 복호동 노거수 느티님/황악신문 |
나무위에서 보면 쇠락해진 동학의 교당과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한참 시끄러운 태양광이 건설될 예정인 골짜기들이 보인다.
구성 복호동 노거수 느티님/황악신문 |
용호리는 伏虎와 臥龍의 합성어다.
엎드린 호랑이와 누운 용의 형상이다.
누운 용의 형상이 선명한 와룡리 뒷산/황악신문 |
실제로 황악산의 줄기인 와룡의 뒷산을 보면 경이롭기 그지 없다.
김천에서 풍수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곳인데 이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산을 황폐화시키는
태양광이라는 요물이 이곳까지 들어온 것이다.
와룡리 솔숲/황악신문 |
옛부터 풍수에서 산의 다른 이름은 龍이다.
김천의 가장 아름다운 용의 품을 파헤쳐 어떤 이익을 얻을지 알 수 없지만
龍의 노여움이 난 두렵다.
와룡리 솔숲의 造山(당산)돌무덤/황악신문 |
태양광이 전국을 뒤덮어도 용호리의 계곡과 숲은 김천의 미래를 위해 태양광의 공습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황악신문 #용호리
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