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사랑이라는 것

기사승인 2019.11.13  09:55:15

공유
default_news_ad2

                  강샘 (프리랜서 기자.워싱턴 D.C거주)

대영이는 네 살이다. 그는 중증 장애아다. 자기의 의사대로 콘트럴 되는 것은 눈밖에 없다. 팔과 입이 아주 약간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힘들게 자기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말도 못한다. 혀와 식도의 기능도 원활치를 않아 배에 구멍을 내어 그곳으로 호스를 통해 영양을 공급한다. 내가 보아온 중에 가장 심한 장애아동이다.

대영이네를 비롯한 몇 가정이 함께 세코야 국립 공원을 갔다. 세코야 국립공원은 우리 집에서 북쪽으로 대여섯 시간을 가는 거리에 있다. 킹스 캐년이라는, 우리나라의 백두산 보다 훨씬 높은 산과 함께 있는 그곳은 세코야라는 엄청나게 큰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어떤 나무는 나무 사이에 난 구멍으로 버스가 다닐 정도로 크다고 한다. 오래 된 나무는 이천 오 백 년 정도 됐다고 한다. 예수님보다도 먼저 생긴 나무가 여태까지 살아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즐거운 시간들을 가졌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가로 난 좁은 찻길을 오르며 스릴을 만끽했고, 낚시에 물려 올라오는 팔뚝만한 고기를 보며 함께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하늘을 덮은 울창한 수목들을 보며 자연의 신비에 경탄을 하기도 했고, 함께 어울려 지내며 서로의 이제까지 몰랐던 성격들을 보고 때로는 작은 실망, 때로는 감동을 느끼며 서로들 한층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 중 가장 뚜렷이 드러나는 것이 대영이네 가정이었다. 대영이네는 대영이 위로 아이들 둘을 두고 있어 모두 다섯 식구가 살아가고 있다. 위로 두 아이들은 모두 건강하고 대영이만이 장애인이 됐다. 대영이가 워낙 중증이어서 대영이네 가족은 대영이를 축으로 생활하는 느낌이었다. 온 식구의 정성과 관심이 없으면 그는 생을 지탱해 나갈 수가 없을 정도로 심한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처음 장애를 입었을 때, 그는 삼십 분 이상 잠을 이루지를 못했다. 부모는 그때마다 깨어서 그를 돌려 눕히고 달래서 다시 잠을 재워야 했다. 요즘에는 많이 좋아져서 두 시간 정도는 잔다고 한다. 좋아진 상태라도 다른 부모 같으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자다가 한 두 번 일어나는 것도 힘든 일인데 두 시간마다 깨어서 아이를 달래서 재운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한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돌릴 수가 없다. 눈으로 힘들게 보내오는 그의 요구를 잠시도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배가 고파오면 발견 즉시 준비된 고농축 양분이 있는 액체 음식을 주사기를 호스에 연결해 체내에 공급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씩 경련이 일어날 때 빠르게 주물러 주어 안정을 시켜야 하고, 흐르는 침을 금새 닦아주어야 한다. 그 외에도 사람으로서 상상을 초월하는 보살핌을 두 부모는 감당해 내야 한다.

정말 놀라운 것은 아이를 살피는 부모의 태도다. 그 힘든 일을 감당해 내면서도 얼굴에 항상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다. 교회에서 잠깐씩 볼 때라면 몰라도 삼일을 한솥밥을 먹고, 넓지 않은 별장에서 복잡하게 지냈는데도 한번도 짜증스러운 표정을 본 일이 없다. 짜증스럽기는커녕 아이를 돌보는 자체가 즐겁기 그지없는 일이라는 듯 얼굴에 잔잔한 사랑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틀림없이 초인적인데 초인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를 않는다. 무언가를 극복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아들에 대한 사랑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든다. 느낌뿐만이 아니라 정말 그런 사람들이었다. 아이 침 닦아주는 일, 시간마다 음식 공급해 주는 일이, 아이의 팔을 움직여 주는 일들이 그네들에게는 하나도 싫은 일이 아니었다. 건강한 아이들 자라는 것을 기뻐하며 운동시켜 주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저런 사람들이니까 하나님이 대영이를 저런 가정에 태어나게 하셨을 것이다. 저만큼의 사랑이 없는 가정에 대영이가 태어났으면 대영이는...

대영이네 부모는 사람부터가 다르다. 대영이가 장애아가 되면서 생긴 모습이라기보다는 천성적으로 타고난 인품인 것 같다. 표정 자체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부모를 닮아서 인지 위로 건강한 두 아이도 남다르다. 고기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는 동생에게도 그 느낌을 그대로 전해 주고 싶어, 동생 앞으로 들고 가 만지게 하는 사랑과 그를 받으면서 행복한 웃음을 짓는 대영이를 보며, 킹스캐넌의 웅장한 자연보다도 훨씬 더 감동스러운 것이 이와 같은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을 뜨겁게 깨달았다.

#김천황악신문 #강샘 #전문필진

 

김천황악신문 webmaster@hwangaknews.com

<저작권자 © 황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