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김진수PD와 시민 기획자들 |
[김천=황악신문] 경북 김천 감호지구에서 시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축제가 곧 시작된다. ‘상상이상 삼도난장’이라는 이름의 이 축제는 김천시민들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감호지구의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도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됐다. 본지는 축제의 중심에 서 있는 시민기획자들을 만나 그들이 어떻게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과 보람을 느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천의 역사와 문화를 잇는 축제, 우리가 직접 만들었어요
‘상상이상 삼도난장’ 축제의 시민기획자들은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다. 김천의 역사를 되살리고, 도시재생의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은 지난 6개월간 매주 회의를 열며 축제 기획에 매진해왔다.
김진곤 씨는 은퇴 후 김천의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축제에 참여했다. 그는 “김천역과 감호마을의 역사성을 축제에 구현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김천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천역은 과거 김천이 교통의 요충지로 자리 잡으며 상업의 중심지가 되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김천 사람들의 강인함과 진취성을 축제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시민기획자 조현 |
조현 씨는 자립준비청년의 멘토로 활동하며 동시에 김천에서 문화관광콘텐츠연구소 ‘공오사’를 운영 중이다. 그는 “김천에서의 활동을 통해 지역의 관광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을 해왔는데,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며, 축제를 기획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청년층과 지역 주민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그의 열정이 돋보였다.
최진숙 씨는 김천으로 시집 온 후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김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음악 전공을 살리진 못했지만, 김천의 로컬문화를 개선하는 데 내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축제에 참여했다”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작가 나우린 씨는 축제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처음 참여했을 때는 설레는 마음이 컸지만, 동시에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어 이제 그만하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축제에 대한 열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고, 올해도 다시 참여해 축제 공간을 디자인하고 연출하는 데 힘쓰고 있다.
공예작가 박혜정 씨 역시 감호지구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공감하며 축제에 함께하고 있다. “축제를 통해 사람들이 구도심을 찾아와 활기를 불어넣고, 변화를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녀는 체험 판매 셀러를 모집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의 다양한 셀러들과 소통하며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시민과 세대가 함께하는 특별한 축제 프로그램
시민기획자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김진곤 씨는 김천역과 감호마을의 역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 ‘김천 시간 탐험대’를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감호마을을 탐험하며 잊혀져 가는 골목과 역사를 직접 체험하는 미션게임이다. 축제팀에서 제공하는 탐험북을 들고 골목을 탐험하며, 마을해설사 과정 수료자들이 각 미션을 제공해 6.25 전쟁의 흔적, 오래된 상점, 사모바위 전설 등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조현 씨는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공연 ‘낭만 감호’를 기획하며, 김천의 고령화 문제를 문화적으로 풀어내고 세대 간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공연에는 김천의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플래시몹과 지역 시니어모델들이 재활용 의상으로 패션쇼를 펼치는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 그 외에도 DJ 부스에서 김천의 추억의 음악을 틀어주며,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준비했다.
박혜정 씨는 삼도난장에서 열리는 체험 판매 마켓을 담당하며, 다양한 공예품을 선보일 셀러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지역 공예가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그녀는 “이 축제를 통해 지역의 공예가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진숙 시민기획자 |
최진숙 씨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삼도주막’이라는 쉼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전통 주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공간은 축제에 참여하는 방문객들이 쉴 수 있는 곳으로, 김천의 수제맥주나 커피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나우린 씨는 감호지구의 역사적 배경을 살린 축제 공간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감호의 철길 아래 터널을 중심으로 감호를 지켜온 사람들에게 헌정하는 마음을 담아, 오래된 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축제를 준비하며 느낀 보람과 어려움
축제를 준비하며 시민기획자들은 많은 보람을 느끼면서도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김진곤 씨는 “김천역과 감호시장의 역사성을 짧은 시간 안에 전달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며,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김천의 역사를 재발견했다고 밝혔다.
조현 씨는 “삼도난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며, 로컬리즘 시대에서 지역 자원들을 발굴하고 연구하며 축제 프로그램을 실현하는 데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진숙 씨는 길고 긴 회의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축제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던 중 지역 상인들이 호의적으로 반응하며 응원을 보내줬을 때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밝혔다.
좌측부터 시민기획자 박혜정,나우린 |
박혜정 씨는 축제 포스터를 붙이기 위해 감호지구 이외의 지역 상가를 방문했을 때 상인들의 응원과 협조를 받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축제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나우린 씨는 “작년 축제를 준비하면서 힘들었지만,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도 축제를 준비하며 다시 한 번 그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민이 직접 만든 축제, 감동은 배가 된다.
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시민기획자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이 축제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 김진곤 씨는 “감호동 골목길에서 세대 간의 공감을 느끼고, 김천의 옛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현 씨는 “전국의 다양한 문화를 한데 모은 삼도난장 축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진숙 씨는 “김천 감호지구의 오래된 이야기가 녹아있는 이번 축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혜정 씨는 “삼도난장은 구도심에서 옛것과 새것이 만나는 특별한 축제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라며, 많은 방문객들이 함께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열정과 땀으로 만들어진 이번 ‘상상이상 삼도난장’ 축제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지역의 역사를 재발견하고 세대가 공감하는 장을 제공함과 아울러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갈 갈 것으로 보인다.
#황악신문 #삼도난장
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