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향숙(前 경북과학대 간호학과 교수) |
과일은 다 좋아하는 편이지만 난 어릴때부터 복숭아를 좋아했다. 복불복인 과일인지라 덜 맛있는 복숭아를 만날때도 있지만 어쩌다 무우맛(?)나는 경우 가족들은 안먹지만 유일하게 나만 맛있게 먹는다는ㅎㅎ
최근 몇개월간은 거의 매주 최고 좋은 큰 복숭아를 한박스씩 남편이 사줘서 먹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아침과일로 씻어서 잘라보니 크고 잘생기고 멀쩡한 복숭아가 씨있는 쪽이 썩어 있었다. 과일은 보통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먹는것은 좋지 않다. 아까워도 포기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예전과 다르게 난 철저하게 내몸에 예의(?)를 갖추는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 세대들은 어릴때 형편이 넉넉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부모님을 존경하는 이유가 과일만큼은 크고 흠없는 것만 골라서 먹었다. 함께 살던 외할머니가 맨날 어렵다 하면서 비싼 과일 산다고 뭐라 하시면 우리 어머니 왈 "엄마, 크고 좋은거 먹이면 큰 인물 안되겠어?" 그런 바램으로 먹이는거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외할머니와 엄마의 대화. 일하는 엄마의 사랑은 큰과일에 담긴 큰인물 되라는 소망이었고, 일하는 큰딸 대신 우리 남매들을 알뜰살뜰히 키워주신 우리 할매, 특히 맏딸인 나에게 각별한 사랑으로 키워주심은 물론이고 먹는 것은 정말로 깨끗하게 제공받았다. 그 시절 반찬보다 밥이 많던 아이들의 도시락풍경, 내 도시락은 항상 진귀한 반찬가짓수가 많고 밥은 소량이었기에 늘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사실 우리 할매는 내가 이쁜 편은 아니지만 피부가 좋아서 미스코리아 시키고 싶었다 하시더라는ㅎㅎ
어느날도 큰 사과 하나를 쪼개어 나한테 주려고 엄마가 잘랐는데 안이 썩어 있었다. 엄마는 비싸게 샀는데 기가 찬다며 " 멀쩡하게 생긴게 썩었네, 사람도 이런 사람이 있더라, 에이 아깝지만 버려야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그 시절 엄마의 말씀...곰곰 생각하니 철학이다.
겉보다 속이 중요하다. 난 최근 속의 일부분이 문제가 생겨
몇달 고생하고 회복에 전념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속이 썩은 것은 건강문제가 아니라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의 경우를 말한다. 보여지는 것과 실제가 다른 사람, 진정성을 알 수 없는 사람 등 내가 실패해서 고른 복숭아처럼 겉보기 멀쩡한 과일이든 사람이든 잘 보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 남은 인생의 숙제일 듯...
-간호학 박사(지역사회 건강.간호연구소 대표)
강미숙 기자 hwangak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