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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세속에 숨겨진 존재의 파편들"을 반복으로 표현하다 ...서양화가 김인

기사승인 2022.12.05  21: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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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서양화가 김인/황악신문

[김천=황악신문] 요즘 미술계에서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서양화가 한 사람이 있다. 포탈을 검색해도 볼 수 있다. 강렬한 원색에 반복적인 그림이 주를 이루는데 특히 아톰과 주먹시리즈가 유명하다. 황악신문 사무실에도 빨간색의 주먹 작품 한 점이 걸려 있다. 그의 이름은 김인이다. 김천에서 태어나 성의상고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미대를 졸업 후 아내와 프랑스 유학을 다녀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학은 실패였다. 삼년 벌어서 프랑스에 갔지만 유학과 동시에 돈이 바닥나서 고생고생하다 귀국해 김포에서 공장일을 하기도 했다.

 

올 한해 미술시장이 뜨거웠다. 젊은이들까지 투자에 뛰어 들어 아트테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미술 재테크 시장에서 김인의 이름이 요즘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는 올해 부산 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해 많은 관객을 작품앞에 불러모아 큐레이터를 힘들게 한 장본인이다.지난 7월7일부터 7월22일까지 서울 방배동 ‘비채아트뮤지엄’에서 개인전 ‘Space unknown’을 열기도 했다.

그의 아내 이재옥도 서양화가다.

고향의 사람들은 잘 모르고 기억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영역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많다. 서양화가 김인도 그중의 하나다. 홀어머니 아래서 힘들게 자라 TV도 제대로 보지 못한 학창시절 여자 같은 친구였다. 고교시절 군복하나로 사계절을 보내던 그는 자주 외부 미술대회에서 상을 따왔다. 시간을 보낼 만한 소일거리가 없어 배고픔을 참으며 그림만 그렸다. 고교시절 바짝 마른 그의 손목과 체구는 여전히 기억에 생생하다.

대전시립미술관 김민기 학예연구사는 김인을 이렇게 평가했다. 무표정한 눈과 웃지 않는 미소, 그리고 냉소적인 시선이 유독 스산하게 다가오는 김인 작가의 작품을 보면, 일반적으로 평범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보았던 필자의 눈에는 세상의 저편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존재의 파편들이 부서진 현실과 연결되어 있음을 조금씩 발견하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실체가 없는 허구의 경계, 그 경계 어딘가에 존재하는 그의 시선은 사실 이 세상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진 수많은 독백과 존재에 대한 갈망은 모두 세속의 파편으로 흩어졌다. 그 이유는 그의 시선이 세상과 세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모든 허구의 경계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며, 작가의 시선이 본인이 살아 온 시간만큼 공허하게 메아리쳐 허무하게 자신에게 돌아왔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은 결코 우연이라는 것은 없다. 수많은 작가들이 회화의 본질을 찾아 고행하듯 세상의 끝까지 돌아다니며 찾고자 했던 절대적인 존재는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모든 틈에 끼어 있는 것 같다.

김인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이미지를 차용하고 반복적인 패턴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다른 재현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 것은 화면을 전체적으로 천천히 대상이 드러나도록 단계적으로 세밀하게 그리는 방식이 아니라 바로 전에 완성한 이미지를 하나하나 복제하듯 완성하며 이어나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화면을 채워 나간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을 천천히 살펴보면 처음과 끝이 동일한 감정 선을 타고 이어지는 고요한 숨소리가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경이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반복적인 패턴으로 그리는 작품들은 웬만한 노하우가 없으면 처음과 끝이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 이질적인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 차이는 처음과 끝이 다른 색이나 붓질의 이질적인 느낌이 드러나게 되는데 김인 작가의 작품은 모든 경계를 자신의 숨소리에 잠식시키고 경계, 혹은 시간까지 허락하지 않은 긴 호흡으로 봉인해 버렸다.

김인의 작품 space boogie woogie,acrylic on canvas,130x130,2022/황악신문

최근에 그린 작품들을 살펴보면 자동차나 벌새, 슈퍼맨 복을 입고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난감들, 자본의 욕망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까지 화면 전체를 반복적인 패턴으로 그린 방식과 주먹을 각기 다른 작은 캔버스에 하나하나 그리고 전시장에서 군집 형태로 디스플레이 하는 방식이 있다.

최근에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를 반복적인 패턴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대략 2010년 전후에 등장하는 이 작품들은 앞에서 언급한 참치 캔, 동전, 절연테이프를 보이는 대로 그려 넣은 것처럼 자신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남감이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미지를 차용하고 그 것을 반복해서 그리기 시작했다. 매일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살고 있는 작가의 눈에 비친 이미지들을 차용하고 있으며 이 이미지들의 초점 없는 눈은 마치 현실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자신의 눈과 닮아 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미지를 또 반복해서 그리면서 매번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비슷한 어제의 반복이었으며 그 반복은 부서진 현실이라는 시간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이 반복은 그 실체가 분명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안한 사회구조, 현실적인 괴리감,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숨쉬기 어려운 현실을 매번 마주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기력하게 지나가는 시간의 존재들, 그리고 세상과 세속 사이에 숨겨져 있는 존재들의 파편들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존재마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예술가의 숙명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흩어진 존재의 파편들을 반복이라는 시간을 부여하고 새로운 경계에 봉인하였다. 그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이 바로 김인 작품세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행위와 흔적들, 철학적인 인생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가 이미 존재이고 그 의미였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모든 것은 아무 의미 없이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얼핏 보면 김인 작가가 차용한 이미지들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들이고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이미지들을 반복적인 방식으로 화면을 그려나가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속에는 허무하게 느껴지는 블랙코미디 같은 흉터와 통증이 저 밑바닥에서 끝없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절대적인 회화는 이 시대에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현대미술이 정형화된 사회적인 구조와 고답적인 시장의 논리 속에서 회화의 본질이 변질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김인 작가에게 있어서는 예술가의 숙명과도 같은 존재에 대한 끝없는 갈망은 항상 그림자처럼 자신의 주변에 맴돌고 있었다.

김인 작가는 자신의 진정한 예술의 본질을 찾기 위해 평소 예술영화, 이론서적, 다양한 장르의 음악 등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작품에서 텍스트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아톰이나 주먹 작품의 상단에 “IT AINT OVER TILL IT’S OVER”라고 텍스트가 그려 있기도 하고 호랑이 작품의 상단에 “START THE REVOLUTION FROM MY BED”, “IT AINT OVER TILL IT’S OVER”, “DON’T LOOK BACK”, “ALL BY MYSELF”, “내가 말했잖아” 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마이크 작품에서는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이 그려져 있다. 그 중에서 “START THE REVOLUTION FROM MY BED”는 1900년대 영국의 전설적인 락그룹 오아시스(Oasis)의 대표곡인 ‘Don’t Look Back In Anger‘에 수록된 가사의 일부분에서 차용한 것이다. 내 침대에서 혁명하라는 이 텍스트는 김인 작가의 작품세계와 가장 많이 닮아있는 텍스트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이 텍스트는 김인 작가에게 있어서는 ’나부터 혁명한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 텍스트는 사실 김인 작가가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던진 독백이며 세속을 향해 던진 조크처럼 던진 말이다.

현재까지 그리고 있는 반복회화는 특정 이미지를 반복적인 패턴으로 연결함으로서 박제된 이미지에 시간성을 부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의 속성상 그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떠다니는 수많은 이미지들은 더 이상 변하지 않고 박제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 우리가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생생한 이미지들은 복제되고 반복할 뿐 불변한 이미지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인 작가는 이 시대의 정체성과 예술가로서 현실을 외면하기 보다는 스스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숨쉬기 어려운 긴 여정을 선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린다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최근에 그린 아톰시리즈는 초점 없는 눈을 가진 움직이지 않는 장난감이다. 이 아톰 장난감 또한 작가의 주변에 놓여 있기에 그냥 그린 것이지만 사실 이 아톰(atom)은 원자를 뜻하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존재, 근원적인 존재를 의미한다. 이 것이 우연일지 모르지만 김인 작가가 그동안 찾고자 했던 예술의 존재와 그 의미를 같이하고 있다.

단언하건데 모든 예술가들은 새로운 예술을 추구하는 구도자적인 작업태도를 갖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철학과 시대적인 사회구조, 혹은 숨겨진 세계관을 직시하며 예술의 근원을 추적하고 존재의 본질을 찾는 행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물며 모든 시대를 뛰어 넘어 새로운 예술을 탐구하며 평생 숙명처럼 감내하고 산 자들이 바로 예술가이다.

김인 작가의 독백 중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마치 “항상 어긋난 시간이 내게 왔다. 단 한번만이라도 그 시간을 바꾸고 싶은데 나는 항상 그 시간 때문에 공허했다. 그래서 절대적인 시간이 되기 위해 나는 멈추었다. 그리고 나는 나부터 다시 혁명한다.”라는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김인 작가는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보헤미안적 삶을 추구한 당대 화단의 이단아였다. 세상과 세속에 숨겨진 존재의 파편을 찾고자 했던 그는 권위주의적인 고정관념을 자유주의적 관점으로 타파하려고 했다. 그 것은 때론 절대적인 가치의 상징으로, 때론 사회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났으며 이 모든 것을 가슴이 저려오는 멍한 눈동자에 모두 숨겨 놓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되는 순간, 허상의 실체를 알게 되는 순간 오랫동안 그 안에 갇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그 세상과 세속에 살다보면 나 자신이 막연한 허상에 길들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실체와 비 실체, 바꿔 생각하면 비 허상과 허상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틈 속에 문제의 해답이 있다고 본다. 예술은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 무엇으로부터 증명할 수 없는 모호한 지점에서 현실을 바라 볼 때, 그 실체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다.

앞으로 “DON’T LOOK BACK”처럼 뒤 돌아 보지 말고 그 존재 앞에 당당하게 서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 인 金仁

-개인전

2022 space unknown, 비채 아트뮤지움, 서울

2021 NO REASON, 화니 갤러리. 대전

2020 끝없는 중력 통인갤러리 서울

2019 Old bouble, 갤러리 coop.서울

2018- ATOPIC,서진아트스페이스, 서울

- what this painting aims to do 갤러리41. 서울

2017 ATOPIC. 송어 낚시 갤러리, 대전

2015 반복의 무게, 통인 갤러리, 서울

2014 반복의 무게, 리앤박 갤러리, 파주 헤이리

2013 오래된 거품, 대전 롯데 갤러리, 대전

2009 소헌 컨템포러리. 대구

2006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수 없는 것. 이공갤러리 .대안공간 반지하, 대전

2005 Bound 이공갤러리, 대전

2004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수 없는것. 이공 갤러리, 대전

2003 반복의 무게, 이공 갤러리, 대전

2002 이공갤러리. 대전

2002 우연 갤러리. 대전

1990 동아 미술관. 대전

 

-기획전

2022 dreamability, 예술의 전당, 서울

2022 조형아트페어, 싱가폴아트페어

대구아트페어

2021 대구아트페어 21, EXCO,대구

2021 아트:광주:21 .김대중컨벤션센터,광주

2021 대전아트쇼, 대전골든하이,대전

2021 DISCO DISCO 한강 뮤지움. 서울

2020 장난감의 반란, 청주 시립미술관, 청주

2020 the case of painting 갤러리 쿱. 서울

2017- 그리고 그리다,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대전

- 6인전 UHM 갤러리. 서울

2016 6전. 송어 낚시 갤러리. 대전

2015 사랑하는 딸에게, 명랑 아트 패밀리. 홀스톤 갤러리. 대전

2014 -11개의 시선, 이공갤러리, 대전

- 의미의 패턴, 아트 센터 화이트 블럭, 파주 헤이리

2013 지속가능한 도시-꽃, 스페이스씨, 대전

2010 다섯 개의 시선, 달리아 갤러리, 싱가포르

2009- 섬과 맞서는 전술. 대안공간 충정각, 서울

- art in life. 포도몰, 서울

- 열린 미술관 Window Media 전. 대전 창작센터, 대전

- 라라 사티 옥션. 싱가포르

2008 대전 시립미술관 10 Next Cord 전. 대전

1999~2003 당위 전/ dmac 전 대전, 서울

1992~93 pop-off전 대전

e-mail: ouikim6@naver.com

phone: 010-5410-5711

[이 기사는 황악신문 창간호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황악신문 #김인

 

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

<저작권자 © 황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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